세상을바꾼작은실수들

우연히 쓴 메모가 탄생시킨 포스트잇 이야기

blogger52778 2025. 7. 26. 19:37

지금은 누구나 책상 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포스트잇. 업무 중 중요한 내용을 기록하거나, 책에 메모를 붙일 때, 혹은 누군가에게 짧은 메시지를 전할 때 아주 유용하게 쓰이는 이 작은 메모지는 사실 철저하게 계획된 발명품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연구자의 실수와 그 실수를 바라보는 또 다른 동료의 발상에서 출발하게 되었죠. 그냥 버려졌을지도 모를 실험 실패가, 오늘날 전 세계인이 사용하는 문구 혁신으로 이어졌다는 사실은 지금 봐도 놀랍기만 합니다. 포스트잇은 어떻게 탄생했을까요? 그 우연 속 이야기를 소개하겠습니다.

 

포스트잇 사진

 

 

강력한 접착제를 만들려던 연구

1970년대 초, 미국의 다국적 기업 3M에서는 새로운 접착제를 개발하기 위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당시 3M의 과학자 스펜서 실버는 아주 강한 접착력을 가진 접착제를 만들기 위해 여러 화학 실험을 반복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실버가 만들어낸 접착제는 기존의 목적과는 전혀 다른 결과를 낳게 됩니다.

그가 개발한 접착제는 놀라울 정도로 약했습니다. 일반적인 접착제와 달리 어떤 표면에도 강하게 달라붙지 않았고, 쉽게 떼어낼 수 있었습니다. 더욱이 반복해서 붙였다 떼어도 접착력이 크게 떨어지지 않는 특성이 있었죠. 실버는 이 결과에 당황했지만, 한편으로는 ‘이건 뭔가 다른 데에 쓸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아무도 관심 두지 않았던 실패작

실버는 자신이 만든 이 접착제가 기존과는 다르지만 새로운 가능성이 있다고 믿고, 동료들에게 여러 차례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3M 내에서는 그다지 큰 주목을 받지 못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약한 접착력이 실용적이지 않다고 판단했고, 당장 쓸모 있는 용도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관심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실버는 수년간 이 기술을 혼자 고안하고 연구해왔지만, 구체적인 쓰임새를 찾지 못한 채로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리고 이 기술은 회사 내에서 ‘특이하지만 쓸 데 없는 기술’로 분류되어 창고에 잠시 묻히게 됩니다.

 

뜻밖의 아이디어, 동료의 불편함에서 시작되다

이 상황을 완전히 바꿔놓은 인물이 있었는데요, 바로 아트 프라이라는 또 다른 3M의 연구원이었습니다. 프라이는 주말마다 교회 성가대에서 활동했는데, 매번 성가책에 종이로 북마크를 꽂았다가 떨어져서 곤란을 겪곤 했습니다. 어느 날 그는 우연히 스펜서 실버가 만든 ‘떼었다가 다시 붙일 수 있는’ 접착제가 생각났습니다.

“저 종이를 성가책에 붙였다가 떨어뜨리지 않게 고정시킬 수 있다면 어떨까?” 프라이는 곧바로 실버를 찾아가 협업을 제안했고, 두 사람은 아주 작은 종이에 그 약한 접착제를 도포하여 간단한 실험을 시작합니다. 결과는 매우 성공적이었고, 이렇게 태어난 ‘떼었다가 다시 붙일 수 있는 메모지’가 바로 오늘날 포스트잇의 전신입니다.

 

처음에는 회사 내에서만 사용되었던 포스트잇

처음 포스트잇은 제품화되지 않았고, 3M 내부에서 사무용으로 실험적으로 사용되었습니다. 직원들은 회의 중에 메모를 남기거나, 누군가에게 짧은 메시지를 전달할 때 이 제품을 활용하기 시작했고, 금세 회사 안에서 입소문이 돌았습니다. 생각보다 훨씬 편리했고, 무엇보다 벽이나 책상, 서류 어디에나 붙였다가 흔적 없이 깔끔하게 떼어낼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으로 작용했습니다.

3M은 내부 반응을 바탕으로 1977년 ‘Press ‘n Peel’이라는 이름으로 시장 테스트에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처음에는 큰 반응을 얻지 못했는데요, 이유는 사람들이 이 제품이 무엇인지, 어떻게 사용하는지 잘 몰랐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개념의 제품인 만큼 사용법 자체가 익숙하지 않았던 것이죠.

 

마침내 대중화에 성공하다

3M은 제품을 포기하지 않고, 1980년 ‘Post-it’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런칭합니다. 이번에는 사용 예시를 보여주는 마케팅과 함께 다양한 직군, 특히 사무직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제품을 배포하면서 포스트잇은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습니다. ‘기록하고, 붙이고, 떼어내는’ 이 단순한 과정이 사람들의 업무 효율을 높여준다는 점에서 많은 호응을 얻었고, 곧바로 전 세계로 퍼져나가게 됩니다.

사람들은 포스트잇을 업무는 물론, 공부, 가정용 메모, 심지어 요리 레시피나 자녀에게 남기는 메시지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하기 시작했습니다. 다양한 색상과 크기로 만들어지면서 이제는 책상 위에 하나쯤은 꼭 놓여 있는 필수 문구로 자리 잡게 되었죠.

 

제품 그 이상으로, 창의의 상징이 되다

포스트잇은 단순한 메모지를 넘어 하나의 창의적인 도구로도 자리 잡았습니다. 브레인스토밍을 할 때, 아이디어를 하나씩 적어 벽에 붙이며 정리하는 방식은 포스트잇이기에 가능한 방법이었습니다. 디자인 회의, 광고 전략 회의 등 창의적인 사고가 필요한 분야에서는 포스트잇이 빠질 수 없는 도구가 되었습니다.

또한 디지털 시대가 오면서 포스트잇은 소프트웨어로도 진화하게 됩니다. ‘디지털 포스트잇’ 혹은 ‘스티키 노트’라는 형태로 컴퓨터 바탕화면이나 스마트폰 앱에서도 만나볼 수 있게 되었죠. 실물의 개념이 디지털로 확장되며 사람들의 기록 방식까지 바꿔놓은 셈입니다.

 

마무리

포스트잇은 강력한 접착제를 만들려는 실험에서 우연히 탄생한 약한 접착제, 그리고 이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에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누군가는 실패라고 여긴 기술을, 또 다른 누군가는 실생활 속 불편함을 해결할 실마리로 바라보았습니다. 이처럼 예상치 못한 결과 속에서도 유용한 가능성을 찾는 시도는 새로운 발명의 시작점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실수나 불편함 속에도 놀라운 아이디어의 씨앗이 숨어 있을지 모릅니다. 포스트잇의 이야기는 그 작은 가능성을 놓치지 않았던 이들이 세상을 어떻게 바꾸었는지를 잘 보여줍니다.